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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러 왔어요. 새로 시작해요. 제주가정정원 아녹카테고리 없음 2021. 4. 13. 10:02
'마드레' 간판을 내린 후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그동안 저희는 이웃 마을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마드레는 저희가 살지 않는, 손님들만 쓰는 집이었는데요, 이번에는 저희가 사는 곳에서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어요. 숙소는 아니지만 프라이빗하게 한 팀만 사용하시는 건 같아요. 이름은 '아녹'. 아늑의 제주말이에요. 한자로 다른 의미도 담아보았는데요, 我綠 나 아, 푸를 녹, 나의 푸르름. 나의 푸르름을 되살려주는 아늑한 공간이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어요. 다양한 나무와 꽃이 있는 정원을 가꾸며 살고 있어요. 아늑한 저희의 정원과 거실을 함께 나누어 즐기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마련했습니다. 100분의 시간 동안 한 팀만 모셔요. 저희가 직접 준비한 음료와 디저트를 드리구요, 햇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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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다시만나요.기억 2019. 9. 8. 22:04
백지장 같이 새하얀 글 입력공간을 넋을 놓은 채 한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까? 이별을 고하는 일, 몰랐던 건 아니지만 막상 마주하니 더 힘겹군요. 2019년 9월 8일. 이 집에서의 마지막 손님을 떠나보냈습니다. 2012년 1월 15일에 문을 열었습니다. 짧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시간, 희망했던 것 보다는 짧은 시간. 오랜 시간이 지나도 편히 다시 찾을 수 있는 제주의 나만의 공간 같은 집이길 바라면서 시작했어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 바람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일들을 경험했습니다. 한편으로 언제까지 이 공간을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도 늘 공존했었어요. 막연히 느꼈던 그 언젠가보다는 짧은 시간이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몹시 크지만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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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욕심기억 2019. 8. 12. 01:09
19년 8월에는 유독 태풍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다행히 프란시스코와 레끼마도 제주도를 거쳐가지 않았고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크로사도 제주도로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다행이지만요. 그래도 태풍이 온다고 하면 언제 어떻게 경로를 바꿀지 알 수 없다보니 태풍 소식이 들리면 늘 긴장하게 됩니다. 다만 태풍이 오기 전에는 한번씩 평소에는 보기 힘든 황홀한 노을이 생겨 감동을 주는 때가 있어서 태풍 피해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멋진 하늘을 보여줄지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제도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 이쁜 노을이 생겼었어요. 그리고 태풍은 저멀리로 가버렸구요. 아름다움은 느끼고 싶지만 해는 입고 싶지 않다는 당치않은 욕심을 부리며 여름의 날들을 익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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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오디오기억 2019. 6. 17. 10:23
처음 문을 열 때 구입했으니 이 오디오를 사용한지도 7년이 넘었네요. 옛스러운 디자인이 집에 어울릴 것 같아 구입했었어요. 중간에 한번 수리를 받긴 했지만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잘 써왔는데요, 이번에는 씨디 플레이어쪽 덮개가 닫히지 않는 고장이 생겼어요. 두꺼운 책 같은 것으로 눌러두면 씨디를 재생하는데 문제는 없지만 손님들께 그렇게 사용하시라고 할 순 없으니 대책을 세워야했어요. 수리를 하거나, 새로 사거나. 보통은 고쳐 쓰는 쪽을 택하지만 수리 보내면 그동안 오디오가 없으니 문제인거에요. 물론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으시긴 하지만 텔레비전도 없는 숙소인데 오디오 마저 없으면... 그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버튼 작동에 문제도 계속 있었고 해서 새로 구입하기로 했어요. 배송 오는 시간에 묵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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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기억 2019. 6. 4. 10:58
택배가 왔어요. 기사님께서 바깥채 의자에 고이 두고 가신 주황색 봉투. 보낸 곳은 서점, 아베끄. 짐작가는 분이 계셨어요. 며칠 전 그 분의 인스타에서 봤었거든요. 하지만 책을 받을 사람이 저희일 줄은 몰랐어요. 저희의 오래된 손님, 제주에 여행 오셔서 이런 저런 이유로 저희 집에 묵지 못하셔도 제주에서 구입하신 선물을 이렇게 보내주곤 하셔요. 손으로 직접 적으신 엽서와 함께요. 이번에는 책을 보내주셨어요. 저희 취향에도 맞고 손님들도 바깥채에서 차 한 잔 하며 가벼이 읽을 수 있을 그런 책을 고르셨어요. 매번 선물 선택의 센스에 감탄을 합니다. 손님으로부터 받는 선물, 늘 직접 받아들고도 꿈일까 싶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여겨져요.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고맙습니다.